





*내부의 안부, 김소연
엽서를 쓰고 있어요 너에게 쓰려다 나에게
오래전에 살았던 주소를 먼저 적었어요 엽서의 불충분한 지면에 고양이가 와서
앉았아요 고양이가 비킬 때까지 연필을 놓고 고양이가 비킬 때까지 연필이 제 그
림자를 껴안은 채로 누워 있는 걸 바라보다 연필과 연필의 그림자 사이를 기어가
는 개미를 지켜보았어요
아침에 세면에 속에서 만났던 두꺼비에 대해 엽서를 쓰려다 거울 속에서 보았던
검은 얼굴에 대해 쓰고 있어요 친해질 수 없었던 얼굴과 친숙해져버린 천한 사람
에 대해
빵부스러기로 축제를 여는 개미와
빵에 잼을 발라 허기를 비켜가는 나 사이에
잠깐의 친분이 싹트고 있습니다
엽서를 쓰고 있어요 나에게 쓰려다 두꺼비에게
조금 전에 만났던 누군가를 조금 전에 감정으로 회상하기 시작했을 때 엽서에다
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그린 그림을 지우고 있었어요 지우개가 그림을 다 지울
때까지 연필이 제 그림자와 껴안고 누워 있을 때에 유서를 쓰게 된 사람에 대해
생각해요
뜨거운 물을 담은 물통을 껴안은 채
잠이 들었다고 쓰려다가
이 방을 썼던 사람들이 견뎠을 추위와
이불이 되어 주었다고 쓰고 있어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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