웹툰 <시詩콜콜>
시詩콜콜 -2- : 참고 있느라 물도 들지 못하고 웃고만 있다, 이원하 X 고은의 이야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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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0. 8. 10. 15:44


참고 있느라 물도 들지 못하고 웃고만 있다, 이원하
『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』(문학동네, 2020)
이미 하얀 집에 눈까지 내리는 건
어떤 소용이 있어서 그러는 건가요
금방 사라졌다고 며칠 만에 다시 눈이 내려요
이번에는 오래 흘리다 가줄까요?
눈이 쌓이는 만큼 빛은 자기를 최대한 펼쳐놓아요
펼쳐서 얻는 게 별로 없을 텐데도
사람 좋은 사람처럼 자신을 바닥에 널어놓아요
저렇게 물도 들지 못하고 웃으며 사는 것 좀 보세요
눈은 그렇듯 쌓이듯 모여서
골목까지 아낌없이 생기를 펼쳐놓아요
불편하면 고개를 저어도 될 텐데
절대 그러지 않아요
사랑받고 싶은 것이겠지요
눈이 저러는 동안
바다는 꾸준히 여전히
줄었다 늘었다 반복해요
사느라 정신이 없는 것이겠지요
눈 쌓인 섬도
살결이 푸른 바다도
전부 사람의 마음을 흔들지만
내겐 아무 소용이 없어요
당신과 함께 보면 좋을 일들이 전부
사느라
아무 소용이 없어요